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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외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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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1주 새로 나온 책 ‘문지방은 왜 이렇게 높을까’ ‘문은 또 왜 이렇게 낮고 마당, 토방, 마루, 툇마루 간의 높이에 차이를 둔 이유는 뭘까’ ‘옛날 사람들은 우리보다 유난히 작거나 유연하거나 혹은 불편에 둔감해서일까?’ 전통 한옥을 둘러본 사람이라면 으레 갖는 의문이다. 건축이 사람을 길들이는 방식은 다양하다. 적절한 높이, 거리, 방향, 행동 강제 장치, 시각적 통제 장치를 확보하거나 규모, 장식을 달리함으로써 영역 간의 차이를 분명히 한다. 조선시대 양반집은 길들이기의 전형이다. 신분 질서를 몸으로 익히도록 만들어졌다. 하인이 거주하는 행랑채 마당에서 양반의 공간인 사랑채를 바라보면 하인의 시선은 사랑채 누마루에 닿게 된다. 자연 지세나 인위적 방법으로 영역 간 높이차를 구현한 까닭이다. 하인이 고개를 들지 않는 이상..
다시 보는 <놈 놈 놈> 세르지오 레오네의 걸작선 웨스턴 무비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세르지오 레오네의 걸작선이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상영한다. 다시 감상할 수 있는 상영작은 (1966), (1968), (1971), (1984) 등 총 4편이다.는 로 이름이 굳어졌다. 몇 해 전 이에 대해 포스팅을 했다. 개봉할 때 영화 제목은 이다. 그 후 비디오 출시에서 로 표기되어 굳어지게 되었다. 시리즈 2부인 는 으로 불린다. 이름이 무엇이든 영화감상에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단지 이름이 변경된 이유가 우습기 때문이다. 마카로니 웨스턴이냐 스파게티 웨스턴이냐는 이름도 중요하지 않다. 마카로니는 일본인이 붙인 이름이니 바꾸어야 하고 스파게티는 서양인이 붙인 이름이니 따라야 한다는 웃기는 논리 때문이다. 서양인을 따르는 게 '글로벌스텐다드'라 생각한다. '글로..
2012년 12월 4주 새로 나온 책 세계 최강국인 미국 사람은 유독 '영웅 만들기'에 적극적이다. 보통 사람일지라도 어떤 극적인 한 순간을 거치면 일약 영웅으로 떠받들어 진다. '하룻밤 자고 나니 세상이 달라지는 사람'을 끝없이 만들어 내고 환호한다. 그들에게 영웅이 되는 일은 국익을 위해 소신을 지킨 정치인, 올림픽 4관왕, 미모의 영화배우, 전장의 이등병은 물론 자기를 헌신하는 소방대원, 철로의 아이를 구한 대학생, 목숨을 걸고 강도를 제압한 시민에게까지 기회 또한 균등하다. 그리고 은근히 그러한 자기들을 과시하고, 자부심을 갖는다. 그런데 우리는 영웅 만들기에 참 인색하다. 사돈이 논을 사면 배 아파한다. 개인의 경쟁력은 대단한데 넷만 보이면 사색당파로 갈린다. 그래서 우리는 영웅이 나올 수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에게 '..
풍수로 읽는 사람이야기 :《동양학을 읽는 월요일》 스스로 직업을 '이야기를 팔아 먹고산다'는 뜻의 '매설가賣說家'라 말한다. 이야기의 넘나듦이 예사롭지 않다. 《동양학을 읽는 월요일》의 '동양학'은 '풍수'를 말한다. 제목을 달리 말하면 '풍수로 읽는 사람 이야기'이다. 동양학이 풍수와 무관할 수 없다. 우리의 삶이 그것과 연결되어 있음을 잘 보여준다. 저자로서는 어쩔 수 없겠지만, 대부분을 풍수와 연결짓는 저자의 방식은 혹자는 거북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거북한 것은 조선일보에 연재될 만큼의 역사관이다. 비슬산琵瑟山의 四王說도 그중 하나이다. 또, 5·16을 인조반정 이후 노론에 대해 배고픈 남인이 처음 정권을 잡은 연장선으로 본 것 등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고추가 전래한 것은 16세기 말이라는 게 학계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책에서는 순..
무슨 일이든 시작하려면 작은 용기가 필요하다 :《빅 스몰》 '인터넷과 공유경제가 만들어낸 백만 개의 작은 성공'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은 아이디어가 만든 절대 작지 않은 성공이야기이다. 《빅 스몰》이라는 제목이 알려주듯 '크지만 작은' 아이디어, 단지 아이디어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천을 말한다. 아이디어가 아이디어에 그쳤다면 이 책은 나올 수 없었다. 소개하는 "모든 서비스는 인터넷이라는 거인의 어깨를 밟고 선 난쟁이 같은 서비스"이다. '이런 작은 개선'이 작은 거인은 새로운 기회를 잡고, 우리 삶은 조금씩 더 편리해졌다. 일상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새로운 기회로 만든 많은 작은 거인의 이야기를 엮어내고 있다. 작은 분량이다.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 말해 줄 수도 없다.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마라. 하지만 "무슨 일이든 처음 시작하려면..
자유롭고 쉬운 밥벌이는 없다 :《자유기고가로 먹고 살기》 밥벌이한다는 건 무슨 일이건 힘들고 고되다. 자유기고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유와 생계는 어울리지 않고 상반되는 말이다. 직업에 '자유'라는 이름이 들어가니 구속받지 자유롭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자유기고가는 무작정 환상적인 직업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어디 쉬운 밥벌이가 있겠는가. 모든 글은 일기를 포함하여 독자가 존재하는 글이다. 자신의 관점에서 쓰기보다는 상대의 관점에서 써야 한다. 자유기고가로 먹고살든 아니든 글을 쓰려는 이에게 도움이 된다. 즉, 좋은 글과 나쁜 글은 읽는 상대방에 의해 결정된다 자유기고가의 글은 100% 독자를 위해 존재한다. 내 글에 시간과 돈을 내는 독자에게 '돈 아깝다' '시간 낭비'라는 느낌을 준다면 실패다. ······ 철저히 타의적이며 대중적이어야 한다. 취재할 ..
2012년 12월 3주 새로 나온 책 1800년대 초반 영국 맨체스터 주변은 온통 흰색 자작나무나방 투성이였다. 자작나무의 흰색 줄기에 앉으면 잘 눈에 띄지 않는다는, 당연한 이유 때문이다. 반면 당시에도 아주 드물게 검은색 자작나무나방이 있었지만 보이는 족족 새들의 먹잇감이 됐다. 하지만 1848년 무렵이 되자 검은색 나방이 다수 발견되고 흰색 나방은 줄었다. 그 사이 맨체스터가 엄청난 속도로 산업화됐고, 공장에서 뿜어내는 매연이 자작나무를 검게 물들였기 때문이었다. 어제의 보호색이 오늘은 치명적 약점이 됐다. 오스트리아의 저명 유전학자인 저자 헹스트슐레거는 "미래의 위험에 대처하려면 평균을 버려라. 그리고 개성을 키워라." 저자가 말하는 '개성'이란 '다름' '다양성'으로 풀이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어떤 문제를 만나면 "작년엔 어떻게..
2012년 12월 19일 그리고 12월 22일 2012년 종말론은 마야력에 따른 것이다. 마야력은 360일을 1툰, 7,200일을 1카툰, 144,000일이 1박툰이라 부른다. 13박툰에 해당하는 1,872,000일을 하나의 거대한 주기로 생각했다. 전문가를 따르면 기원전 3114년 8월 11부터 제1박툰일이 시작한다고 한다. 13박툰이 끝나는 날이 2012년 12월 21일이다. 이 거대한 주기가 끝나는 것을 두고 많은 사람이 2012년 종말론을 말한다. 하지만 12월 22일 새로운 해가 떴다. 2012년 12월 22일은 마야력의 한 주기가 끝나고 새로운 주기가 열리는 날이지 세상의 종말을 뜻하는 게 아니다. 지금은 회갑잔치를 하지 않지만 회갑은 인생의 새로운 주기의 시작이라는 의미에서 잔치를 열고 새로운 주기를 맞이하는 날이었다. 끝이 꼭 마지막을..
대통령선거에 있어서 : 잘못 쓰고 있는 우리말 박근혜의 대통령 당선증이다. 선거직에 선출되면 내주나 보다. 누가 작성한 문구인지 알 수 없지만 어색하기 짝이 없다. '대통령선거에 있어서'는 '대통령선거에서'로 바꾸어야 한다. 전형적인 공무원 어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이 많을 텐데 아무 생각 없이 예전에 쓰던 양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한 번이라도 읽어보았다면 바꾸지 않았을 리 없다. 공무원에게 많은 것을 바라면 안 된다. 속만 쓰리다. 이명박의 그것도 마찬가지이다. 상단에 있는 1호는 모두 1호인데 무슨 의미를 갖는 걸까? 아무 의미 없이 적는 것은 아닌지. 노무현의 그것에는 '증제 1호'가 없다. 따라서 별 의미가 없다. [잘못된 문형] ~에 있어서의 [제시하는 문형] ~의(~에서) '∼에 있어서 '∼에게 있어' 등의 ..
2012년 12월 2주 새로 나온 책 예술가 이상(1910-1937)은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인가. 허깨비인가. 이 물음들은 지금도 유효하다. 후대 사람들은 글보다 이미지의 기억으로 그를 호출해낸다. 그 이미지들은 대개 흐릿하고 파리하다. 조선총독부 건축기사 시절 찍은 코트 입은 그의 사진과 친구 구본웅이 그린 파이프를 문 괴팍한 기인의 풍모 등이 떠오른다. 소설 에서 미쓰코시 백화점(현 신세계백화점 본점) 옥상에서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를 되뇌는 주인공의 모습이나, 시 ‘오감도’나 ‘건축무한육면각체’ 같은 난수표 같은 시형식들을 연상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식의 심도는 대개 거기까지다. 이상 일대기의 세부는 물론이고, 난해한 작품 속에 묻힌 숱한 ‘암호’들은 논란 속에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수년 동안 시각예술의 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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