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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외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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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3주 새로 나온 책 `홍길동전'으로 유명한 허균(1569~1618년)하면 급진적인 혁명가의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서자로 태어났지만 지혜와 용기로 활빈당을 이끌고 부정부패와 맞서 싸우면서 자신만의 왕국을 세운 홍길동의 이미지가 진보적인 사상을 가진 허균과 겹쳐지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고전문학 연구에 천착해온 김풍기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사진)는 허균을 급진적인 혁명가나 개혁가로만 보는 것은 단순한 접근이라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신간 `독서광 허균'에서 허균의 다양한 면모를 조명한다. 무엇보다 독서광이었던 허균은 “장차 벼슬을 버리고 강릉으로 돌아가서 1만권의 서책 중 좀벌레나 되어 남은 생애를 마치고자” 한다고 말할 정도로 책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좋은 책이 있으면 언제든지 구해서 읽었다. 또 책을 혼자서만..
독후감을 쓰면 장학금 준다니 ... 개뿔 초등학생 아이에게 방학 중에 읽을 책을 정해주고 한 줄 이상 독후감을 쓰게 했다. 모두 달성하면 원하는 것을 사주고 그렇지 않으면 페널티를 주었다. 구미대가 “독후감 쓰면 장학금 준다”고 한다. 기사를 보면서 대학생이나 초등학생이나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대학생이 얼마나 책을 읽지 않으면 독후감을 쓰면 장학금을 준다고 할까. 초등학생처럼 정해진 틀안에서 움직이는 그들을 생각하니 안타깝기보다는 서글픈 생각이 든다. 대학 관게자는 “독서를 통해 사회를 이해하는 안목과 교양을 갖출 수 있고 표현력과 문장력을 배울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사실 상금이지만) 장학금을 걸고 공모를 했어야만 했을까. 대학생이 책을 읽지 않는 것은 동아리(예전에는 써클) 문화가 없어진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취업관..
진실을 담아내는 사진작가 최민식 별세 책과 사진으로만 보았던 최민식, 이제 그를 기억할 방법은 그가 남긴 진실한 삶의 얼굴을 가진 사람의 사진과 글뿐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이다. 이 사진을 보면 지금 우리 세대의 얼굴은 어떻게 기록될까? 연예인의 가식적인 얼굴이 시대를 대변할 거라 생각하니 한숨만 나온다. 신문에 난 부고 기사로 그의 삶을 말 할 수 없다.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 1세대 작가 최민식 씨가 12일 오전 8시40분 부산시 남구 대연동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세." 최민식의 '모든 예술은 진실해야' 한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사람에게서 희망을 볼 수 있고, 사람이 곧 삶이다. 사진(寫眞)은 말 그대로 진실을 찍는 거에요. 찍고 나서 트리밍이나 포토샵 같은 조작을 절대 하지 않아요. 그..
<나는 공무원이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나는 사는 게 재밌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나는 사는 게 재밌다. 매일매일 신 난다 좋다. _장기하, 오늘도 흥분하지 말자. 흥분하면 진다. 생각은 이렇게 하지만 늘 흥분한다. 흥분하면 지는거야. 하지만 흥분하고 만다. 누군가 나에게 별일 없이 산다고 말하면 기분이 나빠진다. 나는 하루하루 사는 게 파란만장한데 왜 별일 없지. 나는 매일 사는 게 별일인데 아무일 없다니. 이런 X같은 세상. “흥분하면 진다”를 좌우명으로 삼은 처세의 달인, 대한민국 7급 공무원이다. “평정심의 대가”라고도 불린다. 오늘도 어제 같고 내일도 어제 같은 늘 똑같은 날의 반복, 그 반복을 즐긴다. 장기하의 노래 “별일 없이 산다”의 실제 주인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2013년 2월 2주 새로 나온 책 당신의 삶은 안정적인가. 조금 더 은유적으로 말해, 당신의 인생에는 해답이 있는가.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큰 행운아다. 나고 자라 낳고 죽을 때까지 삶의 범위와 행로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던 시대가 있었으나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측불가능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내년에 금융위기가 닥쳐 다니던 회사가 도산할지, 내일 자연재해에 고장난 원자력발전소가 방사능을 유출시킬지 아무도 모른다. 마치 살얼음판을 걷기라도 하듯 개인과 사회가 모두 불안하다. 그래서 이 불안한 삶을 어떻게 이해하고 견뎌나가야 하나. 일본의 젊은 사상가 히로세 준의 는 그에 대한 한 가지 대응책이라 할 만하다. 그는 세계가 ‘형편없는 영화’ 같다거나, ‘더럽다’고 부른다. 많은 이들이 히로세의 인식에 동의할 것이고, 그렇기 때..
책이란 놈은 살아있다. 나에게 온 《유대인 이야기》 책이란 놈은 살아있다. 마치 생물처럼 진화한다. 처음에는 독자인 나의 의지로 선택되지만 때로는 우연을 핑계로 필연처럼 다가온다. 꼭 필연이 아니어도 꼬리의 꼬리를 물고 다가온다. 그게 의도적이든 아니든 책은 스스로 책을 연결한다. 책이 스스로 진화하듯 독자인 나도 책과 함께 진화한다. 《갈등의 핵, 유태인》을 읽고 있는데 《유대인 이야기》와 《경제 기적의 비밀》이 나를 찾아왔다. 《유대인 이야기》는 ‘그들은 어떻게 부의 역사를 만들었는가’라고 《경제 기적의 비밀》은 ‘이스라엘은 어떻게 벤처 왕국이 됐을까?’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모두 유태인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지금은 유대인이라 부르라고 하지만 유태인이 편하다.) 각기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 《갈등의 핵, 유태인》은 유태인의 탄생과 시련, 그 시련..
2013년 2월 1주 새로 나온 책 형제가 많은 작은 나라 왕자들은 골치 아플 일이 많다. 영토를 나눠 상속하면 국력이 약해지니 왕위를 계승할 왕자 외에는 스스로 자기 인생을 개척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웃 나라 외동 공주와 결혼해 처가의 왕국을 물려받는 것. 그래서 왕자들은 공주에게 호감을 살 현란한 말솜씨와 에티켓, 기사도를 몸에 배도록 수련해야 했다. 백마 탄 왕자는 신분 상승을 꿈꾸는 떠돌이 구혼자였던 셈이다. 신간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는 27편의 날조된 명작 동화들과 관련한 도발적인 질문들을 담았다. 동화에 등장하는 인물과 당대 역사를 보다 깊고 넓게 파악해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그 속에는 마녀사냥, 신분제도, 제국주의 등을 통해 철저히 소외된 약자들의 아픔이 켜켜이 쌓여 있다. 백마..
종이 사전이 필요할까? :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 사전辭典이 만년필과 함께 입학과 졸업 시즌이면 필수적인 선물 중의 하나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둘 다 선물 목록에서 사라졌다. 패드가 나오기 전에는 전자사전이 종이사전을 대치하였다. 이제는 전자사전도 기억 속의 물건이 되었다. 이러한 때에 종이 사전이 필요할까? 아니 의미가 있을까? 각종 사전辭典은 효용이 떨어졌지만 다른 사전事典이 많이 나오고 있다. 원래 의미의 사전이 용도를 바꾸어 사전事典으로 출간되었다. 하지만 무늬만 사전인 경우도 많다. 《고급 학습어 학습 사전》은 辭典인지 事典인지 구별하기 어렵지만 필요한 ‘사전’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왜 고급인가? 기존의 한국어 사전은 초·중등생 수준의 일반 단어와 고급 단어를 구분 없이 싣고 있다. 학습용으론 지나치게 양이 많고 고유어와 신어, 순화어 등..
갈 길 멀고 어리석은 나에게 밤은 왜 이리 길고도 깊은가 길을 잃은 사람은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를 묻지 않는다. 대신 어디로 가면 좋겠냐고 묻는다. 마찬가지로 의미를 묻는 사람도 그것은 무슨 의미인가를 묻기보다는 그 의미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_새뮤얼 애드셰드, 《소금과 문명》 앞뒤 짤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읽고, 읽고 또 읽었다. 몇 번을 읽었나. 잘못된 질문에 올바른 답이 나올 수 없다. 나는 제대로 된 질문 하면서 살고 있는가? 갈 길 멀고 어리석은 나에게 밤은 왜 이리 길고도 깊은가. 잠 못 드는 사람에게 밤은 길고 피곤한 나그네에게 길이 멀 듯이 진리를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에게 생사의 밤길은 길고도 멀어라 _《법구경》
2013년 사거나 읽거나 읽을 책 매년 책을 사고 읽는 일을 반복한다. 새로운 책은 계속 나오고 아직 읽지 못한 책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자신이 읽지 않은 책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책이라고 장정일은 말했다. 내가 읽은 책만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참살만 하지 않은 곳이다. 조그마한 도서관을 채울 정도만 책이 존재한다면 그것보다 불행한 세상이 어디 있겠는가. 나의 게으름으로 그녀는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먼지만 소복이 쌓이고 있다. 이제 그녀에게 세상의 아름다움, 더러움 그리고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녀에게 생명을 주는 길은 오직 하나, 책을 읽는 방법뿐이다. 그럼에도 나는 게으름으로 그녀가 세상으로 나오는 통로를 막고 있다. 매년 100여 권을 사고 100여 권을 얻으며 50여 권을 도서관에 빌린다. 근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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